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될 걸 꼭! 카페에서 친구들 불러서 함께 공부해야 공부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공부하면 외로워서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나 뭐라나. 카페에서 친구도 공부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나만 고통(?)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가 있는 2020년을 살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간 자체가 위험해졌고, 게다가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내려야만 하는 카페는 비말 감염의 불안이 더할 수 밖에 없어졌다. 카페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아 옛날이여!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학습하는 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공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함께 공부하는 느낌'을 받아야겠다며 데잇걸즈 구성원 중 누군가가 '줌옵티콘'을 발명했다! 줌옵티콘이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과 소수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뜻하는 '판옵티콘'의 합성어로 줌을 통해 서로 감시 함께 있음을 확인하며 공부할 수 있는 화상 모임을 뜻한다. 데잇걸즈의 공식적인 학습 시간 외에도 구성원끼리 자체적으로 자습을 하고 싶거나 진행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줌옵티콘을 찾는다.
줌옵티콘이 발명된 후, 줌옵티콘은 데잇걸즈 구성원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카페에서든, 강의실에서든 실제로 만나 함께 공부하며 자극받기를 원하던 구성원들은 줌옵티콘을 통해서라도 연결되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환호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도 얼굴을 보며 공부할 수 있다는 컨셉이 익숙해지자 사람들은 점점 줌옵티콘만으로는 충분한 자극을 얻지 못하게 됐고 줌옵티콘의 개설은 점점 적어지는 추세였다. 줌옵티콘에 종종 참여하던 데글이들 역시 줌옵티콘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무도 줌옵티콘을 먼저 열지 않자 항상 열려있던 줌옵티콘에 참여하기만 했던 데글이는 9월 18일, 처음으로 줌옵티콘을 직접 개설해보았다. 그리고, 40분 뒤에 줌 회의실이 자동으로 종료되는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된다.
줌의 무료 계정은 3인 이상의 회의 길이를 40분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발생했던 일이었다. 현장에 있던 줌옵티콘 참여자들은 갑작스럽게 줌으로부터 튕겨져 나와 매우 당황했지만, 40분의 제한이 우리의 집중력을 더 높일지도 모른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렇게, 유료결제 서비스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시간 제한 기능으로 더 효율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공부를 하는 타임어택 줌옵티콘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타임어택 줌옵티콘은 어떻게 하는 걸까? 방법을 알아보자.
1️⃣ 스터디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이 무료 계정(학생 계정 X)으로 줌 회의실을 만든다.
2️⃣ 스터디를 시작하기로 한 시간에 2명 이상의 구성원이 동시에 줌 회의실 링크에 접속한다. 정확하게 세 명 이상이 회의에 참여했을 때부터 40분 시간제한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둔 회의실에 들어오는 게 좋다.
3️⃣ 4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줌 회의실이 닫힌다.
4️⃣ 약속된 만큼의 쉬는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줌 회의실을 열어 1부터의 과정을 반복한다. 40분동안 공부하고 20분동안 쉬면 매 시 정각에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정해진 쉬는시간이 끝나면 회의실을 새로 열어야하는데, 회의실을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돌아가면서 열면 쉬는시간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회의 시간이 10분쯤 남았을 때부터 줌 화면 상단에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표시하는데, 이와 동시에 이번 줌옵티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막판 스퍼트를 내야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타임어택 줌옵티콘이 열리면 빠지지 않고 접속하는 데잇걸즈 멤버들에게 타임어택 줌옵티콘을 애용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 강데글씨
처음 줌옵티콘을 시작했을 땐, 누군가가 저와 동시에 노트북을 켜서 공부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줌옵티콘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줌태기가 크게 왔던 시절이었죠. 타임어택 줌옵티콘이 적용된 후에는 기존의 나태함을 던져 버리고 "40분 동안 일단 힘내야지!" 라는 텐션으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지정된 시간 안에 얼마나 달성했고 또 달성하지 못했는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었어요.
😏 기만낭씨
타임어택 줌옵티콘은 40분이라는 시간 안에 나는 무엇을 했나, 굉장히 반성하게 되는 제도예요. 어떻게든 그 안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또 그 후에 20분 정도 쉴 수 있으니 확실한 휴식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줌옵티콘보다 집중력도 높아졌어요. 사실 공부라는 게, 계속 주야장천 의자에 앉아있는다고 그 시간 모두를 공부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시간을 정해서 공부-휴식을 반복하는 제도가 더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렇게 데잇걸즈는 지금도 타임어택 줌옵티콘을 이어가고 있다. 만나지 못해도 만나서 함께 공부하는 효과를 만들기 위해 데잇걸즈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가 바로 타임어택 줌옵티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어떤 장치를 두는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학습자의 내재적 동기일 것. 독자 여러분도 타임어택 줌옵티콘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기보다는 학습 동기가 있는 상황에서 더 나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로서 여겨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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