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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부트캠프 #1] 어서와 남해 부트캠프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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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마다 보는 바다 풍경 

 

 

“남해에 오길 잘했어!”

거실 공용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코드를 두드리며 우리가 매일 외치던 일종의 구호다.

지난여름, 우연한 기회로 2주간 남해살이를 했다. 앞으로는 잔잔한 은모래 해변이, 뒤로는 든든한 금산이 있어 아늑하고 평화로운 경상남도 남해군의 한 마을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그때의 내 하루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떠서 이른 식사를 하고, 돗자리를 들고 집 앞바다에 누워 책을 읽다가 데잇걸즈 지원서를 쓰는 일상이었다. 가끔 옆 방 사람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집 앞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서핑을 배웠다. 어느 날은 둘레길인 남해 바래길을 걷고, 어느 날은 등산으로 보리암에 다녀오기도 했다.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남해살이가 마음에 남아있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번 더 다녀오고 싶었는데 남해는 서울에서 너무 멀었고, 친구들은 시간이 없었다. 나 역시 데잇걸즈 합격 이후 SQL이나 파이썬 등 난생처음 접하는 언어에 적응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예정되어 있던 오프라인 수업마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는 공지를 듣게 되었다. 

 


 

어차피 계속 온라인이라면, 남해에 가서 공부하면 어떨까?

스스로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다른 멤버들과 가면 여러모로 더 좋지 않을까?

즉흥적인 성격 탓에 슬랙에 바로 모집글을 올릴 뻔했다. 그러다 이성적인 생각이 타이핑을 막았다. '계속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건 결국 코로나19 때문이잖아. 이런 제안을 해도 되는 걸까?', '아직 제대로 만난 적도 없는 멤버들이 많은데 누가 응해줄까?' 등등.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남해에서 2주 동안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제안>을 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봤다. 생활과 학습을 같이 하면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부터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학습 그룹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 말대로 느낌 아니까, 운을 띄워보기로 했다.

 

이 당시 난 한 달 반 넘게 이어지는 온라인 수업에 조금씩 지쳐가던 시기였다.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하루 종일 ZOOM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지만, 노트북을 닫으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사람들. 함께 있어도 한구석은 허전하달까. 게다가 난 1인 가구로서 조금만 방심하면 소위 '하루를 허무하게 보내는' 루틴에 빠지기 쉬웠다. 졸리면 침대에 눕고, 식사를 대충 때우는 등 점점 데잇걸즈 초반의 긴장이 풀리면서 흐물흐물 늘어지고 있었다.  

 

아침운동 슬랙방에 스르륵 흘리기.TXT

 

그래서 내 루틴을 지켜주는 일등공신. 아침 운동을 인증하는 데잇걸즈 슬랙 채널 #아침운동방에 남해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5명의 멤버들이 모아졌다. 바로 숙소 예약을 하고 새로운 슬랙 채널을 만들었다. 함께 가게 되어 너무 반갑고 신나는 마음을 전하면서, 지금은 설렘이지만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사전 공지를 했다.

 

슬랙에 올린 첫 공지

 

모든 멤버들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정리해 거의 1,000자씩 꾹꾹 눌러 담은 메시지를 올려주었다. 같은 조였던 멤버도 있고, 한번 식사를 해본 멤버,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멤버가 있었는데 메시지를 통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려와는 달리 순식간에 두 번째 남해살이 준비가 끝났다.

 


 

우리는 이곳을 <남해 부트캠프>라고 부른다.

다시 남해에 왔다. 기대했던 바다의 풍경보다, ‘함께’ 공부하는 것의 의미가 더 깊게 새겨지고 있다.

처음 공용 테이블에 앉아 함께 노트북을 할 때 느껴졌던 적당한 긴장감. 먼저 방으로 들어가면 게임에서 지는 듯한 패배감이 아닌 ‘다들 평소에 이렇게 공부하고 있었구나?’ 하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또 나와는 달리 아침 여덟 시부터 온라인 회의로 하루를 시작하는 멤버들을 보며 수업 전 아침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나름 건설적인 고민도 하게 되었다. 건강한 학습 루틴을 보며 하나씩 쏙쏙 흡수하는 기분이랄까. 

이제부터 남해의 한 바다 마을에서 여섯 명의 데잇걸즈 멤버들이 함께 공부하는 이야기를 진하게 나눠보려고 한다.

 

 

 

 

이 글의 필자는...
재미있는 우연에 스스로를 넣고, 성장의 감각을 느낄 때 행복한 사람. 2020년 데잇걸즈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고 같이 공부하는 남해 부트캠프를 꾸린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데글데글을 통해 남해 부트캠프에서의 경험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 연재는 필자의 브런치 (brunch.co.kr/@kwiseon)에도 동시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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